2021년을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서, 마지막주는 통으로 휴가를 냈다.
제주의 한 카페에서, 2021년을 정리해봤다.
쉬어보니 1주일은 부족하다. 진정한 휴식을 갖으려면 최-소 2주는 필요하다. 2022년에는 연말 2주를 온전히 비워야겠다.
부스트캠프
AI Tech 1기
새로운 분야, 새로운 틀거리에, 새로운 팀까지. 부스트캠프는 매번 어렵지만 AI Tech 1기는 디테일한 기억은 없을 정도로 고된 시간이었다. 수많은 전문가와 팀원들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냈을거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은, 최선을 다했고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학습을 위한 데이터셋 오픈도 마무리했다. AI가 더해졌을 때 그 가치가 제곱, 그 이상이 되는 현실에 기대와 두려움 무궁한 가능성을 모두 느낀 경험이었다. 한 분 한 분, 만나서 알아가면 더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웹모바일 6기
부스트캠프 웹모바일은 커뮤니티 학습을 도입한지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익숙해질법도 한데 AI Tech 1기와 같이 준비하려니 개인적으로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검증하고, 스케일업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Learinng Experiment를 만들어왔다면 2021년에는 최적화를 위한 시도를 많이 했다. 아! 물론, ‘부캠을 부캠한다’가 팀 유행어로 돌 정도로 여전히 빡셌다(내년엔 아닐꺼야...).
'남의 성장에 이렇게 진심인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 동료들과 마스터님들, 리뷰어, 멘토님들 덕분에 6기도 잘 마쳤다. 200명이 넘는 캠퍼들도 부캠이 지향하는 문화를 이해하고 5개월간 잘 스며들어서 역대급 만족도, 중도퇴소율로 마친것이라고 함께 회고 했다. 취업까지 이어져서 다들 좋은 결과 얻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6개월, 1년 뒤 분명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고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리더
이 단어는 여전히 입에 잘 안붙는다. 지난 1년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한동안 그럴거고, 사실 10년 뒤에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처음 마음 먹었던 것 처럼 일대일 미팅도 꾸준히 하고 있고, 내가 일을 잘 하는 것과 동료가 일을 잘 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너무나도 달라서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믿고 격려해주고 이끌어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덕분에 끝까지 노력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부끄럽지 않게 성장해서 받은 만큼 갚아 나가야겠다.
나에게 집중하기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나’에게 집중했다. 감정을 표현하고 돌아보고 스스로를 인정하며 칭찬하기도 했다. 누가 칭찬하면 ‘아유 아니에요.’가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사람인데, ‘고맙습니다.’ ‘맞아요, 그건 제가 잘해요.’ 말하는게 어찌나 쑥스럽던지. ‘나’는 내가 제일 잘 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 누군가는 너무 쉽고 당연한 일이, 노력이 필요한 일이더라. 내년에도 게속 ‘나’를 챙기고 집중하는 시간을 꼭 가지려고 한다.
취향의 발견, 커피
2021년의 큰 수확이라면 바로 커피를 즐기게 된 것이 아닐까. 빈브라더스로 스페셜티 커피에 눈을 떴다. 커피 향과 맛이 이렇게나 다채롭다니. 하리오, 에어로프레스, 모카포트 등을 거쳐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결국 브레빌 밤비노도 집에 들였다.
유리병을 열자마자 나는 커피향, 그라인더에 갈리는 소리, 정확한 계량의 손맛, 똑똑 떨어지는 커피 다 너무 좋다. 내년엔 센서리 훈련도 해보고 싶고, 내가 내린 커피를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는지도 궁금하다.
홈바리스타클럽과 언스페셜티를 오가면서 여러 원두를 맛봤는데, 상반기에는 에티오피아의 산미를, 가을-겨울에는 콜롬비아 케냐의 단맛을 더 즐겼다. 홈바리스타클럽에 고수분들이 수두룩빽빽이라 어디 가서 커피좀 안다고 말은 못하겠다만… 저.. 커피에 진심이에요.
이사
중곡동을 떠났다. 시끄럽지만 집 앞 산책길이 좋았고, 그 길 끝에 있는 성수동도 최애 플레이스였는데 떠나야 했다. 익숙한 동네를 떠나는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집주인이 약속한 당일 전세금을 못주겠다고 해서 혼란한 여름을 보냈다. 이게 세입자의 설움인가. 하나 배운게 있다면, 사람은 믿으면 안되더라.
이사온 동네는 오래되었지만 새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곳이고 아침이면 큰 창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따뜻한 햇살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하나로 행복해진다. 특히 집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신착도서가 제일 먼저 보이는데 눈길이 가는 책을 골라 읽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집 도세권이였어.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등따숩게 잘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나이스 원 쏘니!
축구 리뷰 영상을 보다 보니 축구가 더 재밌어졌다. 정확히는 EPL이, 그리고 손흥민 플레이가 좋은거려나? 다른 구단 경기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토트넘만 쭉 보다보니, 감독의 역량에 따라서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달라지는 것도 신기하고 공간을 만들고 침투한다는게 뭔지 보이는 것도 재밌다. 결정적인 순간에 선수의 진가를 알 수 있으며 멘탈이 무너지면 유망주고 뭐고 암것도 없다. ‘진짜 프로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바로 여기다. 손흥민 번리전 원더골은 봐도봐도 안질린다. 지금도 감탄만 나온다.
아쉬운 거라면, 새벽경기가 많다. 주변에 축구 보는 사람이 없어서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다. 흙.
2021년은 숨가쁘게 달린 한 해였다. 2022년은 좀 더 편안하게, 꾸준하게 리듬을 유지하며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