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글쓰기 8

[10분 글쓰기]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있다.

첫 직장은 대기업 연구소였다. 밀려오는 취준생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해 찾은 안정적인 선택지였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쁨보다 안도감이 컸다. 무려 두 곳을 동시에 합격해서 하나만 골라야 했는데 어리석게도 ‘지역’, ‘연봉’, ‘직무’를 보고 결정했다. 당시에는 이 선택에 꽤나 만족했다. ‘대학 4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구나, 부모님도 좋아하시겠다.’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취업 후 1년 정도 지나서는 출근길이 괴로웠고 2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결국 업을 바꿨다. 몸은 힘들어도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나니 기쁘고 행복했다. 밤늦게 회의를 하고 주말에 일을 하며 남들이 휴가가는 시즌에 가장 바빠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고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첫 직장을..

카테고리 없음 2022.11.16

[10분 글쓰기] Must, Can, Will

'하고 싶은 게 뭔지,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또는 타인의 기대치가 반영되어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예전에는 선명하고 쉬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렇지 않은 것 같다.'라고 하니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누구나 한번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고민한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고 원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치가 쌓이기도 하니까. 설사 둘 다 없더라도 괜찮다. 아직 찾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다른 사람의 'Must'를 도우며 일을 해나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Can'의 일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Can'이 쌓이..

카테고리 없음 2022.11.10

[10분 글쓰기] 붕어빵 하나에 마음을 담아

퇴근 길에 붕어빵을 발견했다. 세상에 벌써 붕어빵이 나오는 계절이 되었다니. 달력을 넘기고 공기가 달라졌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1년이 3개월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마음이, 붕어빵 아저씨를 보자마자 수그러들었다. 오늘 발견한 붕어빵은 그냥 붕어빵이 아니었다. 완벽에 가까운 브라운빛에 무려 찹쌀로 만들어졌고 고운 팥앙금이 꽉 차있었다. 프랜차이즈 잉어빵으로 그득한 요즘에 이런 붕어빵은 아주 귀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저녁으로 닭백숙 한그릇을 배불리 먹었지만 2개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진짜 맛있는 붕어빵을 사왔어! 눅눅해질까봐 엄청 신경써서 들고 왔어!’ 한껏 자랑하고 식탁에 마주 앉..

카테고리 없음 2022.10.19

[10분 글쓰기] 하루를 여는 커피 한 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오는 건가 싶을 정도로 차가운 공기에 놀라서 온수 매트를 깔았다. 온수 매트의 유일한 부작용이라면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뜨듯하게 등을 지지고 있으면 침대에서 나가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키는 건 바로 커피 한 잔. 뚜껑을 열자마자 집안 가득 채우는 원두 냄새에 웃음이 나고, 예쁘게 부풀어 오른 커피빵을 보면 뿌듯하고, 어떤 잔에 커피를 담을까 고민하는 사이 기분이 좋아진다. 향과 맛에 반해서 커피에 빠졌다면 지금은 나만의 모닝 리츄얼이 되었다. 맛있는 커피 한잔으로 시작한 하루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상일 내 맘 같은게 하나도 없고. 되는 일 하나 없는 것 같은 날엔 맛있는 커..

카테고리 없음 2022.10.18

[10분 글쓰기] 테트리스처럼 딱 맞아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7살이었나. 삼촌 방에 놓여 있던 386 컴퓨터 앞에 앉아서 테트리스를 처음 만났다. 블록이 딱 맞게 들어갔을 때, 차곡차곡 쌓은 블록들 사이로 일자 블록이 쏙 들어가서 테트리스가 되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한 줄 한 줄을 없애는 단순한 게임 같지만 짧은 순간 빠르게 판단하고 전략을 짜는 것도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없앨 수 있을까. 어떤 타이밍에 keep 해둔 블록을 사용해야 하나. 굉장한 집중력과 빠른 손놀림도 빼놓을 수 없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 여지없이 실수가 나온다. 그래도, 실수해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있다. 세상 일들이 테트리스처럼 딱 맞아떨어지면 좋으련만, 집중하고 빠릿하게 움직인 만큼 눈에 보이는 결과가 늘 나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카테고리 없음 2022.10.12

[10분 글쓰기] 두려움을 이겨낸 자유

학원에서 50m 직진만 하면 도로주행을 나갈 수 있었던 때에 운전면허증을 따서 10년 동안 묵혀 두고 있었다. 사고가 나면 어쩌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컸고, 뚜벅이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살면서는 대중교통이 워낙 잘 되어 있었다. 게다가 전국 곳곳 기차가 안 다니는 곳이 없으니 여행도 문제없었다. 그렇게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작년에 경기도민이 되고 나니, 자차로 10분이면 갈 거리를 환승해서 30-40분 걸려 가는 일이 다반사였고 그제서야 불편함을 체감했다. 결정적으로 먼저 운전을 배운 남편의 주도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와서 이동의 자유를 만끽했다. 여전히 두려움은 있었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더 컸다. '올해는 꼭 운전을 배우겠어! 원할 때 언제든 떠날거야!' 10시간의 ..

카테고리 없음 2022.10.11

[10분 글쓰기] 미안하다는 말 대신 고마워

빈말로라도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게 참 싫었다. '내 잘못이 아닌데 왜 죄송하다고 해요?' 시시비비 따져가며 it's not my fault!라는 결과를 봐야 속 시원하던 부끄러운 때가 있었다. 참 어렸고 어리석었다. 나이가 들고 사회 생활 경험이 쌓이면서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커뮤니케이션은 늘 쌍방향이다. 어느 한쪽만의 잘못이 아니다.'를 되새겼다.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하고 억울한 상황이더라도 '~할 수 있었겠다. 죄송하다.'라고 공감을 표현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경험치도 쌓았다. 요즘은 '죄송한데...'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게 되는데, 대신 고맙다고 말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워 동료들이 메꿔줬을 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도움을 줘서 고맙다'라고 감사를 전..

카테고리 없음 2022.09.29

[10분 글쓰기] 일의 목적과 방향

일을 하면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안 해도 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왜 해야 하는지 알고 그 목적과 방향에 맞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겠지. 23살 첫 직장에서, "그런 걸 왜 물어봐. 급한데 빨리 기안이나 올려!"라고 외치던 상사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유를 알아야 기안을 올리죠!'라고 맞받아칠 패기는 없었다. 커리어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위에서 내려온 미션에 대해 매주 디펜스 하면서 '이 미션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볼 정신적 여유는 없었다.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일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피드백에 대응하느라 바빴다. 지나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고 난이도 높은 것보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을 때 더 힘..

카테고리 없음 202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