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3

[10분 글쓰기]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있다.

첫 직장은 대기업 연구소였다. 밀려오는 취준생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해 찾은 안정적인 선택지였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쁨보다 안도감이 컸다. 무려 두 곳을 동시에 합격해서 하나만 골라야 했는데 어리석게도 ‘지역’, ‘연봉’, ‘직무’를 보고 결정했다. 당시에는 이 선택에 꽤나 만족했다. ‘대학 4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구나, 부모님도 좋아하시겠다.’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취업 후 1년 정도 지나서는 출근길이 괴로웠고 2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결국 업을 바꿨다. 몸은 힘들어도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나니 기쁘고 행복했다. 밤늦게 회의를 하고 주말에 일을 하며 남들이 휴가가는 시즌에 가장 바빠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고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첫 직장을..

카테고리 없음 2022.11.16

[10분 글쓰기] 붕어빵 하나에 마음을 담아

퇴근 길에 붕어빵을 발견했다. 세상에 벌써 붕어빵이 나오는 계절이 되었다니. 달력을 넘기고 공기가 달라졌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1년이 3개월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마음이, 붕어빵 아저씨를 보자마자 수그러들었다. 오늘 발견한 붕어빵은 그냥 붕어빵이 아니었다. 완벽에 가까운 브라운빛에 무려 찹쌀로 만들어졌고 고운 팥앙금이 꽉 차있었다. 프랜차이즈 잉어빵으로 그득한 요즘에 이런 붕어빵은 아주 귀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저녁으로 닭백숙 한그릇을 배불리 먹었지만 2개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진짜 맛있는 붕어빵을 사왔어! 눅눅해질까봐 엄청 신경써서 들고 왔어!’ 한껏 자랑하고 식탁에 마주 앉..

카테고리 없음 2022.10.19

[10분 글쓰기] 테트리스처럼 딱 맞아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7살이었나. 삼촌 방에 놓여 있던 386 컴퓨터 앞에 앉아서 테트리스를 처음 만났다. 블록이 딱 맞게 들어갔을 때, 차곡차곡 쌓은 블록들 사이로 일자 블록이 쏙 들어가서 테트리스가 되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한 줄 한 줄을 없애는 단순한 게임 같지만 짧은 순간 빠르게 판단하고 전략을 짜는 것도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없앨 수 있을까. 어떤 타이밍에 keep 해둔 블록을 사용해야 하나. 굉장한 집중력과 빠른 손놀림도 빼놓을 수 없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 여지없이 실수가 나온다. 그래도, 실수해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있다. 세상 일들이 테트리스처럼 딱 맞아떨어지면 좋으련만, 집중하고 빠릿하게 움직인 만큼 눈에 보이는 결과가 늘 나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카테고리 없음 202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