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에너지를 서서히 끌어올려 2022년을 천천히 보내는 중이다. 뒤죽박죽 섞여 있는 생각과 기억을 정리하고 희망찬 감정으로 2023년을 시작하고 싶었다.🙂
*이번 회고는 회고콘 2022의 템플릿을 활용했습니다.
1. 커리어, 성장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7기
여섯 번째 부스트캠프를 마쳤다. 세상에 여섯 번째라니..! 부캠을 하고 나면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이번 7기는 몇 가지 변화가 있고 채용 시장도 좋지 않아 힘들었는데 어벤저스 팀원들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 최근 회고 미팅 문서만 스무 장 가까이 될 정도로 잘한 점, 아쉬운 점, 배운 점, 도전할 점이 잔뜩 나왔다. 그만큼 다들 각자의 역할에서 부캠에 진심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가 물어봤다. 오랜 기간 부캠을 해왔고 히스토리를 알고 있으니 인정님이 없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자신 있게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건 팀원 모두가 함께 세운 비전, 미션, 목표가 중심에 있어서지 내가 있어서는 아니라고.
딱 하나, 레거시와 철학을 잘 전달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은 있었다.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서 좋은 회사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되 기업 인사팀은 아니라는 정체성. 기꺼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의 힘. 글로 남기기 어려운 부캠만의 색깔과 온도를 잘 전달하고 싶었는데 이미 팀원들 각자만의 색깔을 칠하고 있다. 앞으로 부캠이 얼마나 다채로워질지 기대된다.
아티클 한 접시
‘아티클 한 접시’라는 소모임을 한 해 동안 지속했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아티클을 공유하고 싶어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글과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하는 동료들이 옆에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이름은 ‘아티클’ 한 접시지만 버전마다 형태를 바꿔 마음껏 시도했다. 다른 동료가 책모임을 열어 참여하고 2~3명의 큐레이터가 글을 올리는 방식도 시도했으며, 모두가 큐레이터 경험을 해보는 버전도 있었다. 마지막엔 런치북토크를 열었는데 책 한 권을 함께 읽고 피자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이 시간이 가장 밀도 있었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 머뭇거리다 끝날 때도 있고 리딩보다 팔로잉을 많이 했는데,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힘을 빼고 리딩하는 연습이 되었다.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문화로 조직의 성과를 연결하는 데 관심이 더 생겼다.
일대일 미팅
일대일 미팅을 3년째 하고 있다. 리더 역할이 개인의 성장을 도와 팀의 성과를 만드는 거라는데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 건지 몰라서 이것저것 찾다가 시작했다. 팔로워로 일을 잘하는 것과 리더로서 동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돕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고, 새로운 역할에 있어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와 같았다. 초보 리더에게 일대일 미팅은 큰 도움이 되었고 2022년에도 팀원들과 1주 또는 2주에 30분~1시간씩 만났다.
팀원마다 고민, 잘하고 싶은 것, 어려운 것이 각기 다르며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성향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기도 하다. 꾸준히 이야기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팀원 개인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일에서나 밖에서나 팀원들을 떠올릴 때도 있다. 역으로 팀원의 인정과 칭찬을 듣고 위로를 받기도 하며 최신 정보와 아이디어가 넘치는 팀원 덕분에 견문을 넓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최근 팀워크샵에서 ‘일대일 미팅 시간이 정말로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3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 보람이 있었다. 부족하지만 노력을 알아주고 응원해 주는 것 같아 감사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면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경험과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생각의 깊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넓은 그릇, 이 모든 걸 기꺼이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한 번에 다 잘할 수는 없고 우선 꾸준히 책을 읽고 의도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줘야겠다.
2. 도전, 성취
장롱면허 탈출
2022년이 끝나기 전에 회사까지 단독 운전으로 출퇴근하겠다고 선언했다. 말하면 지켜야 하니까 연수도 받고, 떨리는 마음 워워 진정시켜 가며 열심히 연습했다. 가끔 주차하다가 ‘응? 이 정도면 들어가야 하는데 왜 때문에 차 엉덩이가 여기 있지?’ 싶을 때도 있고 차선 변경할 때면 심호흡을 하고 눈을 부릅뜬다. 그래도 혼자서 출퇴근을 할 수 있게 됐다.
발뮤다 베이킹
커피엔 역시 베이커리지. 집에 있는 발뮤다 미니 오븐으로 마들렌, 쿠키, 파운드케이크 등을 만들었다. 오븐 높이가 낮아서 양조절 온도조절해도 위쪽이 타는 게 속상하지만 그래도 맛있다.
하루 15분 책 읽기
상반기에는 습관을 잘 유지해서 25권의 책을 읽었는데 7월에 일이 바빠지면서 루틴이 무너졌고, 실패했다는 생각에 손을 놔버렸다. 8월에는 다시 마음을 잡았다. 원래 목표는 하루 15분 책 읽기였으니 꾸준히 하면 그걸로 된 거라고 마음을 고쳐 5권을 더 읽었다.
읽은 책 분야는 에세이, 인문학, 경영/경제의 비중이 높았고 상대적으로 문학이 낮았다. 소설을 읽으면, 타인이라면 다양한 상황과 특정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 주고 감정을 이입하게 해준다고 한다(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중). 2023년에는 가리지 않고 골고루 읽어야겠다.
일기 쓰기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데 좋다고 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하루를 마무리하는 리추얼이 되어 어느덧 일기장 한 권을 꽉 채웠다. 1년 동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보고 싶은 것도 보면서 즐겁고 행복한 일상이 많았는데 정작 기록에는 일 얘기가 많더라. 새해에는 희로애락 골고루 담아보자.
한 달에 한 번 글쓰기
연초 한 달에 한 번은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꾸준히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싶었던 거라 분량은 중요하지 않았다. 달성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워케이션
하이브리드 근무제도가 도입되면서 주 3회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업무에 몰입하고 동료와 미팅,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곳이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으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래 요소들이 잘 작동하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 담당 업무를 100% 온라인으로 진행
- 2년 넘게 재택근무 하면서 자리 잡힌 근무가이드
- 맡은 업무는 알아서 잘 해낸다는 신뢰와 책임감
워케이션 장소를 고를 때도 안정적인 와이파이, 독립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장시간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책상이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 12월 말에 부산에 가서 하루는 일하고 나머지는 휴가를 보냈는데 평일 비수기 베네핏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고, 일하는 날에도 눈이 피로해지면 창밖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리프레시가 되었다. 숙박 비용이 아깝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하고 싶다.
3. 취향, 취미
피시앤칩스, 생대구탕
먹는 것에 진심이기에 하나만 꼽을 수가 없는데… 그래도 기억에 남는 음식이 차만다의 피시앤칩스와 속초 생대구의 생대구탕! 차만다는 영국가정식 식당인데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맛있는 피시앤칩스를 먹어서 이후에도 자꾸 생각난다. (같이 먹은 사람이 영국 피시앤칩스는 이렇게 고급지지 않았다며 중얼댔지만.ㅎㅎ)
속초 여행 가서 먹은 생대구탕이 정말 맛있었다. 어쩜 이렇게 통통하고 고소하단 말이냐. 이걸 먹기 위해 속초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대구탕을 먹을 때마다 이곳이 생각날 것 같다.
빈브라더스, 히떼
엄청 고민했다. 매달 홈바리스타클럽과 언스페셜티월픽으로 다양한 원두를 경험하기도 했고, 하반기에는 부산으로 카페투어를 하면서 어느 하나 아쉬운 곳이 없었으니까. 특히 모모스 에스프레소는 지금도 생각나고 또 먹으러 가고 싶으니까. 그럼에도 히떼를 올해의 커피로 고른 이유는 플랫화이트가 아주 맛있었다. 우유와 에스프레소가 하나가 되어 달라붙는 그 느낌이 좋았다. 바리스타님의 라테 제조 능력을 훔쳐오고 싶었다.
빈브라더스는 빼놓을 수가 없지. 특히 12월에 빈브로 모임에서 맛본 히비스커스 향 나는 원두는, 스페셜티 커피에 빠졌던 초심을 떠올렸다. 커피 좋아하는 분에게 선물했는데 빠르게 품절되어 이 맛과 경험을 나누지 못해 아쉬웠다.
축구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축구 보는 걸 즐겼다. 수원 FC 직관을 몇 번 더 가면서 내년엔 멤버십을 사도 좋겠다 생각했다.
토트넘 경기는 체력이 되면 새벽경기까지 챙겨볼 정도로 즐겼는데 손흥민이 부상당하고 폼이 안 올라오고 비판받는 과정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월드컵에서 마스크를 쓰면서도 매 경기 마지막인 것처럼 모든 걸 쏟아붓는 손흥민은 진정한 프로고 리더였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처음으로 월드컵을 즐겨 봤다. 마지막 메시의 결승전은 어떤 작가도 쓸 수 없는 엄청난 경기였다.
2022년은 내가 재밌고 좋아하는 것들을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해 보자는 마음이 컸다. 못해도 되고 어설퍼도 우선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더니, 전년도보다 더 나를 발견하고 지키는 한 해가 되었다. 2023년 목표도 구체화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