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팀에서 ‘인생그래프’로 나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10대에는 순수하게 과학이 좋았던 소녀였다. 20대는 관심사가 과학에서 교육으로, 일터가 연구소에서 교육 현장으로, 탐구의 대상이 자연에서 사람으로 바뀌면서 많은 것들을 새로 배우는 시기였다. 그리고 30대가 되어서는 일과 리더십에서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의 격]이라는 책을 만났다. 책은 일의 성과를 극대화시키고,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일과 삶에서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주옥같은 문장이 너무 많았다. 인생을 깊이 있게 고민한 분의 통찰과 인사이트를 책 한 권으로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 당분간은 손 닿는 곳에 두어 몇 번이고 다시 찾아 읽을 것 같다.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려는 노력을, 원하는 형상이나 이미지를 만들고 성취하는데 쓰라"
과학을 공부하며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게 익숙해서였을까.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해결하는 생각을 먼저 하는 편이었다. 개발자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시작하며 마주한 두려움은 CS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내용 전문가들과 비교하며 'CS전공지식을 지금부터라도 배워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아무리 노력한들 이미 10년 이상 그 분야를 깊이 있게 학습하고 적용해온 그들과 견줄 수가 없을 거고,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개발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닌데 노력과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거였다.
잘해야 하는 건, 목표에 맞는 교육과 학습경험이 설계되는지 살피고 실제로 학습자들에게 잘 전달되어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살피는 일이었다. 내용 전문성을 갖추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전문가들을 연결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었다(물론, 최소한의 학습은 계속 필요하다.).
생각하는 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생각과 태도를 바꾸면 실재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축구 감독은 공을 차지 않는다."
책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구성원들을 파워풀하게 하여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며 축구 감독이 공을 직접 차지 않는 것처럼 리더의 일이 구성원의 일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토트넘의 축구 경기를 쭉 챙겨봐 와서 그런지 이 예시가 와닿았다.
감독은 선수 한 명 한 명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잘할 수 있는 걸 잘하도록 전략을 짠다. 포지션을 바꾸기도 하고 아주 디테일한 디렉션을 주기도 한다. 토트넘의 무리뉴, 누누, 콘테까지 짧은 기간에 감독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감독에 따라 플레이와 결과가 바뀌는 게 보인다. 팀이 성과가 나지 않을 때 플레이어를 교체할 수도 있지만 제한적이다. 결국 쥐고 있는 패를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게 감독의 능력이다.
리더의 역할도 같다. 모두가 팀의 목표와 전략을 알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이미 프로다.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각자의 장점과 역량에 맞는 역할을 맡기고 성장을 도와야 한다.
축구는 프로 선수들이 더 잘한다. 감독은 선수 한 명 한 명을 파워풀하게 해서 팀 전체의 성과를 만드는 게 역할이다.
"잘 될 거야. 하지만 잘 안되어도 괜찮아."
과학 실험은 실패하면 원인을 찾고 가설을 바꿔가며 수도 없이 다시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 '결론과 제언'이었다. 가설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실험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이유를 찾고 발견한 바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다음을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다. 인생도, 일도 이런 마음으로 했어야 했는데 잊고 살았다.
실패하고 싶지 않고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불안을 가져오고, 불안은 긴장을 높인다.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을 때 그 화살을 자신에게 돌렸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스스로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몸의 건강만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 건강한 스트레스를 넘어 집착의 싹이 슬금슬금 올라올 때 말해줘야겠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아', '평안하면 좋고 불안해도 괜찮아', '잘 되면 좋고 잘 안돼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