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필요한 휴식을 하며 삶의 중심을 찾았고,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8기를 하면서 리더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소중한 생명이 찾아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나날이 지속되었다.
기쁨과 즐거움만큼 아쉬움과 고통도 커서 '회고'를 덥석 하기 어려웠던 것 같기도. 그래도 작년보다 올해, 그리고 내년에 더 성장하기 위해 짧게라도 기록을 남겨보자.
중요했던 6주의 휴식
6년 넘게 달리기만 하다가 작년 2월, 짧은 휴식을 가졌다. (왜 했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당시에 회고한 글은 여기에서)
6주 동안 여행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누렸고, 이렇게 쌓인 시간들이 일상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무엇에 둘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디까지 노력할 수 있는지 등 다소 추상적이지만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나름의 정리가 되었달까. 덕분에 무슨 상황을 마주하든, 어떤 문제를 해결하든 불필요한 고민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8기, 그리고 리더의 역할
부스트캠프 웹・모바일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게 '부스트캠프는 단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어요'다. 진짜 개발 좋아하고 기본기 튼튼한 친구들이 좋은 습관과 태도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건 변하지 않지만, 우리도 매년 회고를 바탕으로 개선한다.
2023년에는 서비스개발자에게 필요한 AI이해와 경험을 과정에 녹이는 시도,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과 시도들, 파트너십의 의미를 넓히고 특히 수료생과의 선순환을 만드는데 신경 썼다. 이 밖에도 디테일한 학습 경험 개선이 챌린지부터 멤버십까지 이어졌다.
기획하고 의도한대로 잘 운영되어 좋은 결과들이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나는 꽁꽁 얼어버린 채용 시장. 7기가 수료한 2022년 하반기부터 좋지 않았고 지속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신입 채용이 닫힌 지는 오래되었고 여기저기서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왔다. 100개 넘는 기업을 컨택했지만, 없는 신입 TO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게 현실이었다. 추후 취업에 도움 될 수 있는 여러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건, 수료 후에도 정말 꾸준히 학습하고 노력하는 수료생들의 취업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고, 조직에서 인정받으며 활동하는 소식이 들려온다는 것이다. 개발에 열정 있고 그만큼 노력을 붓는 사람들은 어디서든 티가 난다. 그리고 이런 인재를 알아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우리가 하는 일과 방향에 확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이 시간을 잘 견디고 준비하는 8기 수료생들도 각자에게 맞는 기회가 올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두 번째는 임팩트. 목표와 결과까지 정리하고 나서 보니 아쉬움이 컸다. 분명 치열한 한 해를 보냈고 목표를 달성했지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팀원들과 일대일 미팅을 하면서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우리가 2024년에는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지 좀 더 분명해졌다. 먼저 이야기해 준 팀원들이 지금도 너무 고맙다.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개인의 성장을 도와 팀이 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상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적용되지 않거나 제한되는(?) 상황에 부딪혔다. 방법도 바꿔보고 도움도 청해봤지만 결과가 바뀌지 않는 걸 보면서 지치기도 했다. 리더로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지, 내 노력으로 안 되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배운 것도 많다. 그래도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누구나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렵게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다. 기쁘고 좋은 소식인데도 가볍게 얘기했다 잘못될까 봐, 4개월이 넘도록 주변에 알리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난임시술부터 입덧, 피부병, 원인불명의 피부 질환 등 초기부터 말기까지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다. 병원-집-회사를 오가며 버텼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휴직을 결정할 때가 되었고 12년 동안 일을 해오면서 이렇게 멈춰본 적은 처음이라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는 간절함과 기쁨, 일상이 멈춰버린 것 같은 불안감까지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이었다. 감사하게도, 말하지 않아도 공감해 주는 동료와 진심으로 축하와 응원을 보내준 많은 지인들 덕분에 이 마음이 하나씩 풀렸다. 주체적으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많은 워킹맘을 보고 이들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보다 현재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며 행복을 느끼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의사가 그랬다. 임신과 출산이 누구나 하는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거라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존경하며, 임신으로 힘든 시간을 지나오고 있는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기도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