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짜증이 확 났다. 거실, 부엌, 안방까지 눈길이 닿는 곳마다 물건이 꽉 차 있었다. 회복의 공간이어야 할 집이 눈을 둘 곳도, 편하게 기댈 곳도 없었다. 편리한 일상을 위해 하나씩 채운 아이템들이 어느새 공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물건 속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결국 주말 동안 대대적인 비우기를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 이런 건 모르겠고 당장 눈에 거슬리는 물건이 치워야 머리가 덜 아플 것 같았다. 기능이 중복되면 버리자 거실에서 가장 눈에 거슬린 건 식탁 대용으로 사서 5년 동안 잘 쓰던 테이블이었다. 확장 기능이 있어서 무려 6명까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주말이면 배달 음식을 펼쳐 놓고 영화와 축구를 보기에 아주 딱인 녀석이었다. 버리..